Lee, Jeongwon

이정원 (b.1958)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개인전

2017 이정원개인전(갤러리일호,RS 갤러리)

2015 이정원개인전 “山中摸索展”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2013 이정원 개인전 (대구 KBS방송국 로비)

2012 이정원개인전(이형아트갤러리)

2012 이정원개인전 (경인미술관 제 5전시실)

2012 우수작가 초대 개인전(이형아트갤러리)

2010~2014 강미회 부스개인전 5회 (강남문화회관, 역삼문화회관)

2009 2회 이정원개인전(단성갤러리)

2009 1회 개인전 (이형아트센터)



주요단체전

2015 강남미술협회 통합전(강남구청) 

2015 인사동 화랑미술제(신상갤러리)

2015 그룹터 정기전(인사아트센터) 

2013 제 8회 SOAF 부스전(코엑스전시관) 

2012 신나는 미술관’-‘자연의 소리’초대전(양평군립미술관) 

2012 한국여성100년미술제- 2012올해의 우수작가초대개인전-이형아트갤러리

2011~2014 강남미술가협회전(역삼문화회관, 인사아트센터) 

2011 나눔과 봉사전(평화화랑)

2011 "현대 여성미술로 말하다"전-이형아트갤러리 

2010 한국여성미술100년전(이형아트센터)

2010~2014 서울여류화가회 소품전, 정기전(인사아트센터, 환갤러리)

2009 강미회전(강남문화회관) 

2009 2009아세아국제미술제 (일본 후지미술관)

2009 한.필수교60주년기념교류전 (필리핀 문화예술위원회 미술관)

2008 신미술대전 초대전 (서울미술관)

2008 “2008예술은 꽃이다-꽃이피다”전 (이형아트갤러리)

1999~2010 사유와 감성전

190여 회 이상


아트페어 | 서울KIAF | 화랑아트페어 뉴욕 | 시드니 | 런던 | 상해 | 싱가폴 | 서울페어 | 이집트 | 그리스 등등


수상 | 국전특선 | 교육부장관상 | 보건복지부장관상 | 외교부장관상 | 특임장관상 | 대한민국행복나눔대상문화예술미술부문대상 | 서울여성대전우수상 | 경향미술대전우수상 | 한국관광공사장상 | 독일프랑크플르트평론가상 | 프랑스파리평론가상 | 서울시의회장상 | 행주미술대전우수상 | 성균관장상 | 향토미술대전대회장상 등


대표 소장처 | 국회의원회관 | D그룹회장실 | 청평월드센타박물관 | 서울서초구청대여중(2011~) | 경우회서울매거진아트 | 독일아트RAYS | 서울우교빌딩 | 갤러리이즈한국방송공사코바코 | (주)SEI,경기도삼정문학관 | 시사연합신문사 | 동부생명사장실 | (주)동우 | 서초구청 | 종로구청 등

Artist Statement

산수가 품는 생명은 인간 삶의 원천이고 생명에너지이다.
30년 세월 산행을 하면서 산이 내게 준 에너지와 행복에 비한다면 나의 생명환원작업은 보잘것없는 작업이지만 광산에서 마치 원시적인 곡괭이질을 하듯 자르고 붙이고 다듬고 칠하고 하는 반복되는 행위와 시간만큼은 숭고하게 여겨지며, 안개가 낀 산속에서 헤매다가 비로소 조금씩 길을 찾아가는 듯하다.
현대정보화시대 최첨단의 인터넷매체가 있음에도 종이는 여전히 기록매체로서 대량생산되어 쓰이고 수없이 폐기된다. 종이에 가해지는 필수불가결한 폭력과도 같은 행위, 즉 화공약품을 붓고 절단하고 버려지는 것들에 주목하면서 나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찢기고 상처난 마음을 달래듯 곧 버려질 파쇄지를 캔버스 위에 귀한 오브제로 올려본다.
형태는 그들이 왔던 산의 형상으로 재현되며, 진경의 구도와 form을 차용하나 파쇄지를 붙이면서 이루어지는 형태는 특성상 texture가 강조되며 종이사이의 음영, 짧은 터치, 율동감 등이 전혀 다른 구상성을 드러낸다.
산의 다양한 형상들은 애초 원근감을 없애버리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오브제의 특성상 기존의 산수화에서 강조되던 원근감은 무의미해지고, 산봉우리들이 서로 다른 듯 반복되는 하나의 기호로 보여지며 자연의 일부로서 일종의 메타포를 갖는다.
이번의 작품에서 유난히 밤이나 새벽풍경이 보이는 것은 내게 시간이 주는 각별한 의미를 표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곧 해가 떠오를 것이라는 상상은 하나의 희망이다. 마침내 해가 떠올랐을 때 산의 형태는 뚜렷해지고 어둠속에서 찾고자 했던 길은 확실하게 보였지만 내겐 한낱 강한 햇살을 받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illusion에 지나지 않았다. 희망을 품고 있는 한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처럼 어둠속에서의 山中摸索은 살아야 할 이유와 motif가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난 길을 찾는다. 어둠속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를 갈망하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욕망은 결국 인간으로 하여금 이상향을 꿈꾸게 했다. 특히 예술가들은 현실과 이상의 부조화가 첨예하면 할수록 가상의 공간을 창조하고자 열망했다.
우주와 자연의 존재 방식은 혼돈의 세계처럼 보이지만, 규칙과 반복의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인간이나 생명체도 들숨과 날숨으로 규칙적으로 자연친화적 조형세계를 규칙적 반복 패턴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각자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땅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가치가 달라진다. 다시 말해 내가 살고 있는 풍토, 즉 어떤 공간의 지질이나 토양 그리고 기후나 경관 등은 인간의 숨결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호흡(呼吸)과 ‘풍토(風土)는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모든 것들을 믿고 의지했다. 그러나 문득 내가 보고 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나는 그것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인간이 지각하는 것 이외의 또 다른 세계를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눈에 보이는 특정 대상의 외양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 저 깊은 곳에 있을 온갖 것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氣韻生動은 정신적 감정과 공간적 감각과 생명적 감정과 생동적 감응력을 말함인데 정신적 혼 즉 형상을 없앤 표현하며 화면의 형상 감각에 대한 내면적 생명을 통해 말한다
그러므로 본인의 작품에 무수한 잔가지나 풀들의 무수한 얽힘과 같이 붙여진 한지와 질료는 자신만의 색채를 품고 있는 질료 덩어리이자 자신만의 색채를 품고 있는 나의 숨결이 담긴 내면 저 깊은 곳에 있을 기억의 흔적이자 현실이기도 하다.

화면 위의 의미가 소멸된 사물로 바라보는 순간, 그 자체는 어떤 대상이 아니라 어떤 의미가 되며 스스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사물들과 순수하게 대면하는 순간, 묘한 긴장감에 휩싸이며 전율했다.

어렴풋이나마 또 다른 조형세계의 가능성이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관과 객관, 이 세상의 이야기지만‘그 무엇’이다.

이러한 공간은 깊고 아득한 생명의 공간이며, 호흡이다.

이렇게 생명체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공간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아우른다.

최근의 작업은 그동안 청산 이미지에 집중되어 있던 것에서 금강전도에서 차용된 산의 형상, 기암괴석의 이미지 등을 배열함으로써개별적인 아름다움들이 모여서 일정한 패턴을 이루는 것과 종이의 오브제가 갖는 마티에르를 더욱 강조한 점에 주목한다.
종이는 산에서 나고 자라서 베어지고 생산되어 현대산업사회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제공하고 쓰레기로 버려진다. 흰 종이 위에 인쇄되는 뉴스와 정보와 이미지들은 인간의 삶의 행복과 애환이며 일상이다. 정보가 담긴 채 파쇄된 종잇조각들을 보면서 소멸의 허망함과 연민을 모아 캔버스 위에 산의 형상으로 조심스럽게 올려본다. 어쩌면 쓰레기로 전락했을 수도 있는 종이가 나의 작업을 통해 그들이 왔던 고향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사명감에 자아도취되기도 한다. 어찌하다 사무실까지 흘러들어 온 종이의 고단한 여정과 운명은 산업화의 그늘 속에 소멸되어가는 현대인의 쓸쓸한 초상과 닮아 있다. 파쇄기의 톱날 아래 분쇄되어 반생 명의 절규를 토해내는 종이의 몸짓을 모아 푸르른 원시의 생명으로 되돌리는 일은 소외와 절망 속에 지쳐가는 현대인에게 다시 한 번 생명을 환기시키고 활력을 선물하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을 그려낸다는 것에 종이라는 매체가 갖는 속성과 의미를 깊이 연구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이미지를 정착시켰다고 생각하는 순간 도식화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의 작업에서는 기존의 청산도 이미지에서 금강전도를 부분적으로 확대하면서 화면구성의 확장과 형상의 패턴 화를 통해서 미력하게나마 이미지의 현대적 요소를 발견하고자 한다. 만개 이상의 종잇조각을 붙이는 일과 도포한 뒤, 다시 천 번 이상의 붓질은 실로 노동집약적이고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작업이지만 이러한 지난한 작업을 통해서 쉼 없이 가고자 하는 것은 생명이라는 것이 멈춤이 없는 반복과 영속성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한다.

모아 푸르른 원시의 생명으로 되돌리는 일은 소외와 절망 속에 지쳐가는 현대인에게 다시 한 번 생명을 환기시키고 활력을 선물하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을 그려낸다는 것에 종이라는 매체가 갖는 속성과 의미를 깊이 연구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이미지를 정착시켰다고 생각하는 순간 도식화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의 작업에서는 기존의 청산도이미지에서 금강전도를 부분적으로 확대하면서 화면구성의 확장과 형상의 패턴 화를 통해서 미력하게나마 이미지의 현대적 요소를 발견하고자 한다. 만개 이상의 종잇조각을 붙이는 일과 도포한 뒤, 다시 천 번 이상의 붓질은 실로 노동집약적이고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작업이지만 이러한 지난한 작업을 통해서 쉼 없이 가고자 하는 것은 생명이라는 것이 멈춤이 없는 반복과 영속성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한다.

Review

산, 구성과 해체적 융합표현의 시 공간


글:李炯玉(以形아트센터관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감독)


이정원의 작업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얻어낸 현대미술의 전형이다.

작품들은 monochrome 즉, 청조색이 전체화면을 유기적으로 이루면서 바탕위에 기하학적 구성표현을 띄는 색의 드로잉 세계를 지향한다. 이것들은 바탕화면에 밑 색을 칠한 다음 오브제로 산의 형을 이루면서 시작된다. 작가는 한 동안 구상회화의 전형을 다루어왔는데 최근 화법의 변화를 추구하여 많은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오고 있는 작가이자 중견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초기 사실성의 반복적 회화양식에서 벗어나 시각의 확장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전시는 최근 작업들을 한자리에 옮겨 그간의 작업성과를 공개하는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그의 근작들은 평면작업을 통해 자연(산)의 다양한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그 이미지들은 자연의 만물경과 인간의 생로병사 같은 인간내면의 정신적 의미가 담긴 상징적인 형태들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산 이미지들은 특정한 대상 그 자체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오늘날 자연환경의 개념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한한 산 이미지 공간의 실제대상들은 계절과 시간의 작용 속에 끊임없이 생성되어 변화하는 역동적 실체로써 고착될 수 있도록, 작가는 그 작용과정을 융 복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들은 우리인간이 크고 작은 산과의 소통을 위해 산이 갖는 장엄하고도 인자하며 포근함을 청조색의 단일색채로 표현, 산의 상징성을, 자신의 창작지표로 만들어 현대인들과 새로운 소통을 도모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창작지표는 작가의 창작의지에서 정해 인식되며 형성된 특유의 조형세계로 실제사물 그 자체와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자연적이기보다는 인위적이고 표현적인 자연의 사유를 관조하고 대상과 직접적으로 만남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추상형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산 이미지들은 작가의 내면적 사유와 인식되며 특수하게 주어진 민족사관의 가치 미학적 환경속에서 이어져온 실험연구로 형성되어 나타나며 그의 회화세계는 오늘날 자연환경의 메신저가 되어 신개념의 산이 갖는 의미적 이미지 문화를 확장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따라서 이정원 회화는 실제대상으로부터 포착된 해체적이고 융합적 표현이미지로 대상에 비해 2차적인 것이고,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그것이 회화적 뉘앙스가 작가의 조형이념에 의해 색채화면이 이성적으로 작용, 하나의 감성의 텍스트로 나타남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정원작가의 신 개념작품은 해체적이고 탈 매체와의 융합을 통해 얻어 낸 구성표현주의, 즉 산 이미지 회화이며 이것 역시 우리민족만이 갖는 산의 사계를 독자적 창의성으로 표현, 그 독자성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은 일상에서 만나는 특수한 조건이나 상황을 반영하여 미학적 측면에서 어느 특정한 그룹이나 상황에 귀속되지 않다는 점에서 평범한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의 감성을 최대한으로 유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 된다.


색채추상으로 표현된 象外之象상외지상의 자연 이미지

이정원의 개인전 <자연, 호흡, 색>에 즈음하여 -


자연의 빛과 색이 회화의 중심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인상파 미술에서부터이다. 인상파 작가들에게 표현 대상들의 형태는 여전히 중요했지만, 이후 추상 작가들의 그림에서는 재현 형태가 사라지고 대신 색을 비롯한 선, 면 등의 형식요소들 간의 관계가 의미를 형성하는 주요 수단들이 됐다. 특히 색은 작가 내면의 정서 혹은 필연적 욕구를 드러내는 조형요소로 계속 주목되어, 1950~60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 색면추상 화가들인 마크 로스코, 바넷 뉴먼 등에 의해 회화의 중심 기호로 자리 잡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 색채추상 작가들에게 있어서, 색은 고유한 파장으로 진동하는 에너지의 하나였으며 그래서 색의 회화적 표현은 정신 또는 영혼을 나타내는 일종의 내적 울림으로 인식되었다. 훗날 『포스트모던의 조건』의 저자인 J.-F. 리오타르가 로스코와 뉴먼의 색채 추상을 가리켜, 합리적 지성을 초월한 직관의 회화이자 감성들 중에서도 심미감을 넘어 숭고감을 불러일으키는 회화로 지칭했던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회화에서 색의 문제는 대상의 재현을 위해서라기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근원, 표상할 수 없는 세계의 본질을 연상케 하는 영역에 놓였다고 하겠다.

이정원의 <자연, 호흡, 색>에서, 우리는 바로 그와 같은 색의 정신성, 내적 울림을 읽을 수가 있다. 작가가 커다란 캔버스에 펼쳐놓은 짙푸른 색과 농담의 여운으로 퍼져나가는 붉은 색은 그것을 바라보는 감상자 내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언외지지 言外之旨’의 기운을 전달한다. 자연의 헤아릴 수 없는 무한 공간 안에서 부유하는 미세한 입자처럼, 우리의 의식은 그의 색채추상 화면을 통해 망망하게 흐르며 직관하고 느낀다. 이러한 감각은 우리가 대자연 앞에 이성적 의지로 맞서고 대면할 때가 아니라, 겸손한 자세로 자연과 조응하고 직관을 통해 하나로 일치할 때 비로소 지각할 수 있는 느낌, 진실된 숭고의 느낌이다. 이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감상자는 이정원의 회화를 외형적, 물질적 세계의 재현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비가시적이고 표상불가능한 그 무엇 혹은 보이지 않는 우주적 근원에 잠재된 생명의 적연한 기운을 가리키는 ‘상외지상 象外之象’의 이미지 세계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사실 추상회화는 구체적 현실의 실제 현상들을 가리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세계나 존재의 내적 원형이 되는 실체, 정신을 가리키며, 이를 상징, 은유로 암시함으로서 감정적 소통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이정원의 색채추상에서) 작가와 감상자가 직관의 소통 혹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것은 양자 사이의 공통된 색채코드가 있기 때문이며, 이로부터 색채의 연상 작용이 발생해 의미가 전달되는 덕분이다.

이정원의 작품에서 색채가 감정 형성의 모티브라고 한다면, ‘호흡’은 작품의 의미 형성을 위한 핵심적인 모티브가 된다. 작가는 지난 20세기 모더니즘 회화의 신조였던 순수한 형식성, 평면성으로의 회귀를 탈피한지 이미 오래됐다. 그의 다른 연작들에서도 그랬듯이, 산과 자연 공간 그리고 인간 존재의 흔적들은 언제나 그의 작품을 지배하는 내용의 기표들이었다. 그에게 있어 고요한 내면의 울림과 정신적 숭고 내지 자연과의 조화는 작품의 중심축을 이루는 내용이자 그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였다. 최근작에서도 그런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특히 ‘호흡’ 개념은 그의 색채추상에서 생명의 신비스러운 존재 흔적이자, 자연과 더불어 존재의 근원적 운동 즉 생성-소멸의 유기적 움직임을 해명해주는 모티브로 떠올랐다. 눈에 보이지 않고 형상으로 재현할 수도 없는 호흡은 필자가 언급한 상외지상의 의미체 그 자체이다. 호흡(숨쉬기)은 우리 삶의 시작과 끝이다. 첫 호흡으로 태어나며, 마지막 호흡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 보이지 않는 들숨, 날숨의 끝없는 반복은 우주의 보이지 않는 무한 에너지(氣)의 맥동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다양한 삶들을 이루는 바탕이고 가장 근본적이고 통일된 존재 상징으로서 이 호흡을 이정원은 자신의 색채추상회화에 서 색들의 미묘한 조절을 통해 가득 채웠다. 자유분방한 붓자국의 흔적과 색채의 농담 변화 그리고 곳곳에 그어진 드로잉의 선들은 호흡의 반복적 맥동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화법이며, 이로서 감상자들에게 깊고 강한 인상을 던진다.

말하자면 이는 궁극적으로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 전통과 테크놀로지, 지속과 혁신, 대범함과 디테일, 등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회화의 의미론적 모색의 양면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보아야 하겠다.
이정원 작가는 매우 진중하면서도 또한 예민한 감수성의 중진 화가이다. 그는 자신의 색채추상 화법을 수 년 동안 숙달시키는 진지함을 보여줄 뿐 아니라 전환점이라 여겨진 순간에는 새로운 혁신을 과단성 있게 추구하는 두 가지의 상보적 태도를 지닌 화가이다. 매년마다 국내외의 굵직한 전시회들을 십여 차례씩 치루며 끊임없이 작업 내용을 가다듬어 온 그는 앞으로도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예감하게 하는 작가이다. 지금까지 이미 수많은 단체전, 초대전과 개인전을 치렀으며, 그러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한편 여러 전시회의 심사위원이자 미술협회 임원의 역할을 담당해내기도 했다. 그저 그의 수상경력과 작품소장처의 목록만 보더라도, 우리는 작가의 원숙한 창의력과 제작 활동에 감탄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 작가는 필자에게 “이제는 빼는 삶을 살 차례다. 내려놓는 삶, 단순한 삶”을 살고자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색즉시공 色卽是空’의 불교 사유방식대로 무위로운 제작의 경지를 바라보는 작가의 내면적 사유의 깊이를 가늠해보며, 필자는 그의 지속되는 작품 제작에 대해 벅찬 기대를 가져봄직 하다고 말하고 싶다.

서영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